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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어오는 늦가을 오후, 민호는 숲 속의 작은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평소 즐겨 걷던 이 길은 오늘따라 유난히 쓸쓸하게 느껴졌다. 나뭇잎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바닥을 덮고 있었고, 그 위를 밟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민호의 귀에 들렸다. 그는 오랜만에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평온을 찾고자 이 길을 선택했지만,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던 중, 민호는 작은 소리를 들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약한 울음소리였다.

그 소리는 길가의 덤불 속에서 나고 있었다. 민호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덤불 사이를 헤치고 들여다보았다. 그곳에는 작은 새 한 마리가 다친 채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날개가 부러졌는지 새는 날아오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민호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대로 두고 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새를 손에 쥐고, 집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민호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새를 위한 임시 둥지를 만들고, 부러진 날개를 치료해 주었다. 그는 새가 조금이라도 편히 쉴 수 있도록 따뜻한 천으로 덮어주고, 곡식과 물을 준비했다. 새는 처음엔 경계하는 듯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민호의 손길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민호는 매일같이 새를 돌보며, 새가 건강을 되찾을 때까지 정성을 다했다. 그 사이 두 존재는 어느새 깊은 유대감을 쌓아갔다. 새는 민호의 손길을 기다렸고, 민호 역시 이 작은 생명이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어느 날 밤, 민호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는 깊고 어두운 계곡에 빠져 죽음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절망감에 휩싸여 몸부림치던 그 순간, 하늘에서 빛나는 작은 새가 날아와 민호를 구해주었다. 새는 그를 부드럽게 끌어올리며, 죽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었다. 민호는 깨어나서도 그 꿈의 생생함에 숨을 가다듬었다. 꿈이지만 어딘가 이상하게 현실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는 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작은 생명은 여전히 그의 곁에서 편안히 잠들어 있었다.

며칠 후, 민호는 일이 있어 도시에 나가야 했다. 그날따라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해야 할 일이 있기에 억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로를 건너던 순간, 갑작스레 자동차 한 대가 그를 향해 빠르게 달려왔다. 몸이 굳어버린 민호는 그 자리에 서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때, 어디선가 새 한 마리가 날아와 민호의 얼굴 앞에서 맴돌기 시작했다. 민호는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물렸고, 바로 그 순간 자동차가 그를 스쳐 지나갔다. 그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자신의 눈앞에서 새가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민호는 그 새가 자신이 구해준 작은 새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 순간, 민호는 자신이 행했던 작은 친절이 결국 자신의 생명을 구하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민호는 하늘을 바라보며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그 새는 이제 어디론가 날아가 사라졌지만, 민호의 마음 속에는 깊은 감동과 함께 그 기억이 영원히 남아 있었다. 그는 그 날 이후, 자신의 삶이 더 소중해졌음을 느꼈다. 작은 생명 하나가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고, 민호는 그날 이후 더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며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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