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의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낡은 아파트의 창문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바람은 여느 때보다도 차갑게 느껴졌다. 창문을 꼭 닫고 싶었지만, 집안의 공기는 이미 탁하고 눅눅했다. 어린 시절부터 익숙해진 이 곰팡이 냄새는 이제 그녀의 삶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수진은 손끝으로 창가의 이슬을 닦아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손은 언제나처럼 차가웠다. 외롭고 가난한 삶 속에서 그녀의 두 손은 늘 바쁘게 움직여야만 했다. 아침이면 시장에 나가서 일하고, 밤이 되면 작은 원룸에서 남의 빨래를 개고, 길가에서 주운 낡은 의자를 고쳐서 팔아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렇게 하루하루를 버텨내도,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저 멀리 고층 빌딩들을 올려다보았다. 그 빌딩들 속에선 늘 반짝이는 조명이 비쳤고, 그녀가 결코 발을 들여놓을 수 없을 것 같은 또 다른 세상이 있었다. 그곳은 부와 권력이 넘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다. 수진은 그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저 그들의 행복하고 편안한 삶을 상상하며 부러워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비록 가난에 찌들어있었지만, 수진의 마음속에는 늘 꿈이 자리잡고 있었다. 언젠가 자신도 저 높은 곳에 올라서리라는 꿈, 자신의 두 손으로 이뤄낸 성공을 가지고 그곳에 서리라는 꿈이었다. 비록 지금은 가난하고 힘든 삶을 살고 있지만, 그녀는 그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수진의 눈빛은 언제나 결의에 차 있었고,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그녀는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임을 다짐했다.
그녀의 삶은 마치 끝없는 터널 속을 걷는 것 같았지만, 수진은 믿었다. 언젠가 이 터널 끝에 밝은 빛이 비칠 것이라고. 그날이 오면 그녀는 지금의 고통을 모두 잊고, 자신이 걸어온 길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금은 비록 작은 방에서 홀로 눈물을 삼키고 있지만, 그 눈물은 그녀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그렇게 수진은 다시 한번 힘을 내어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의 삶은 쉽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도 강한 의지를 가진 여성이었다. 그리고 그 의지가 그녀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었다.